핸드벨 2000. 12. 21. 08:45
TV 연애프로에서 최진실 조성민 부부의 신혼여행 후 인터뷰를 보았다.
신혼여행지에서 돌아오면 으레 질문하는 것이 첫날밤은 어땠느냐다.

대학 써클 동기인 우리 부부는 만난지도 오래 됐구 친구처럼 지낸지도 꽤 되는지라
결혼할 때 설레고 새롭고 그런 건 없었던 것 같다.
결혼할 당시를 생각해보면 그저 주변 상황에 의해 결혼할 때가 되어
날짜잡고 물건사고 집 보러 다니고 그랬던 것 같다.

우리의 신혼첫날밤은...
한마디로 최진실과 같은 처지였다.
최진실의 인터뷰를 보는 순간 아~ 나도 그랬었지... 최진실은 좀더 오래 걸렸겠군.

동남아로 신혼여행을 떠난 우린 밤늦게 비행기를 탄데다
시차 2시간에 다음날 빡빡한 관광일정으로 새벽에 일어나야 했었기 때문에
호텔방에 있을 시간이라곤 서너시간 밖에 없었다.
결혼식땐 파마기가 남아 있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이여야 올림머리가 잘 된다는 관념으로
그 시간까지 고집해온 머리에 스트레이트크림을 발라 펴면서(신혼여행지의 사진빨을 위하야..)
넒은 침대에 앉아 예의 그 일을 시작했다.

그 일이란 세종대왕이 몇분이신가 헤아려 보는 일이다.
유난히 화목한 친지관계를 유지하는 시댁인 관계로 폐백드릴 때 다리도 많이 아팠지만
세종대왕은 여러분 모셨던거다.
거기다 절친한 친구들이 직접 전해준 금일봉까지...ㅎㅎ
이건 누가 준거구 저건 누가 준거구 아깐 여기 열장 있었는데 오다가 썼나? 등등등...

하루종일 미소지으며 서 있느라 피곤한데다 스트레이트크림 중화하고 머리 감고 말리고 셈하고
우린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몰랐다.
가이드가 예약해놓은 모닝콜로 잠을 깼을 땐 미처 풀리지 않은 피곤으로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세종대왕이 몇분이었더라?

한방 가득히 펼쳐놓은 짐을 주섬주섬 챙기며 호텔 로비에 나서니 우리부부가 제일 꼴지...
하지만 언제 피곤했나 싶게 활기차게 즐거운 신혼여행을 시작했드랬다.

우린 6쌍중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베스트 커플이었다.
4박5일 신혼여행에서 필름 36롤을 15통을 썼으니깐...

다시 신혼여행 가고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