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Space../오래된 신혼일기

바람피우는 것과 외식의 차이

핸드벨 2001. 2. 9. 08:49
신랑이 요 며칠 늦게 들어오더니 굉장히 피곤해 했다.
아픈 색시에게 신경도 쓰이고 회사일은 바쁘고 혼자 애가 쓰이나 보다.
11시에 하는 "야한밤에"도 안 보고 불부터 끄고 침대로 들어온다.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 좀 일찍일찍 다녀.
내가 늦고 싶어서 늦나? 바가지 긁는거야? 콱 야근하고 안 들어와 버린다.

회사가 멀어서 진짜(?) 야근이라도 한다치면 다음날 다시 꼭두새벽에 나가야 하니
집에 들어와 자는 것보다 회사 앞에서 자는 게 더 나을 성 싶기도 하다.

아냐 난 자기를 믿어. 자긴 바른생활 사나이잖아. 집에는 꼭 들어올걸.
뭐? 바른생활 사나이? 그게 뭐야? 그럼 나 바람 피워버린다.

연애할 때도 주말이면 저녁은 집에 가서 어머니랑 같이 먹어야 한다고
저녁 6시만 되면 머나먼 우리집에 바래다 주고 8시전엔 집으로 돌아가던 남자다.
담배는 물론 안 피우고 술은 한잔이 정량인 이 남자...
너무 바른생활이라 연애하기엔 재미없는 사람일지라도 결혼생활엔 모범생이다.
나의 술 실력이 바닥으로 떨어진 이유도 여기 있다.

아냐. 난 자기가 바람 피운대도 안 믿어. 자긴 바른생활 사나이야.
그래? 진~짜 바람 피워버린다.
안 돼. 바람 피우면 돈 들어. 내 돈 건들지 마.
무슨 돈?
딴 여자랑 바람 피우면 밥값 들고 차비 들고 하니까. 색시랑 바람 피워.
야, 색시랑 바람이라니 그건 "외식"이지.
내 입으로 들어가는 건 괜찮아. 나랑 바람 피워. 우리 뭐 먹으러 갈까?
외식하면 돈 들어. 집에서 된장찌개나 끓여 먹어. 졸리다. 나 먼저 잔다.
피~ 가끔 외식도 해야쥐.
z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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