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Space../오래된 신혼일기

잠자리 들기전 신경전...

핸드벨 2000. 12. 7. 14:40
12월 6일

신랑은 결혼후 한번도 잡아보지 않은 뽀얀 먼지묻은 기타를 꺼내들고 조율을 시작했다.
왜일까? 자기 나름대로의 태교일까?
이제 임신 21주를 헤아리고 있는 색시가 작은방으로 가면 책상옆에 같이 앉고
마루로 가면 식탁옆자리에 앉아 기타를 친다.
침대로 가면 화장대의자에 앉아 또한번 튕겼다.

신랑은 목소리가 아주 곱다. 발라드가수 빰친다.
색시는 몇년만에 들어보는 신랑노래에 별 감흥이 없지만
아가는 감미로운 자장가로 들을까?

하지만 이것도 잠시 어느새 PC앞에 앉았다.
포트리스...나의 웬수!!
언제부터인지 신랑은 밤마다 포트리스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쪼마난 땡끄들이 고물고물 기어다니며 대포알 쏘아대는게 무어그리 재밌다고.
사랑스런 아내를 내팽개쳐놓고..피~
왜 나랑은 안 놀아주는거냐구..

드라마가 끝날때까지 신랑이 나타나지 않았다.
심통이 나기 시작했다.
임산부의 생리현상을 핑계대며 화장실 문여닫기를 시작으로 나의 방해작전은 시작됐다.
온집안(총 13평)의 불을 모조리 다끄고 TV도 끄고
신랑에게 잠자리에 들 시간임을 주입시켰다.
.....

세상에 남은 소리라곤 씩씩거리는 색시의 숨소리와
헤드폰을 끼고 즐거운듯 두드리는 신랑의 키보드소리...
"소리 안꺼?"
....

색시는 삐지기로 했다.
내일아침에 께워주지도 안을꺼구 씨리얼도 안 부어줄꺼구 굿바이 뽀뽀도 안해줄껴.
우리 이쁜 아기가 태어나면 나혼자 보고 자기는 안 보여줄껴...애기야 아빠 밉지?...
....

드뎌 PC종료사운드가 들리고 인제 침대로 오려나보다.
이불속에 들어와 봐라 내가 안아주나봐라...치~

어? 이게 무슨소리야?
씽크대 물흐르는 소리 아냐?
아니...우리 신랑이 이 늦은 시간에 아침부터 쌓아놓은 밀린 설겆이를..감~동
역시 우리신랑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낭군이로고...

빨리 침대로 오세요 뽀뽀해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