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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Space../오래된 신혼일기

설날액땜

설날아침.
시댁은 신정을 쇠기 때문에 설날엔 친정가서 차례를 지낸다.
고마우신 시어른들의 배려덕분.

9시 쬐끔전에 도착해 숙모님과 엄마를 도와 차례상을 차리고
절하고 아침먹고 세배하고
시댁에선 아직도 우리가 세배하고 세배돈을 받는 입장이지만
친정에선 줄줄이 어리디 어린 사촌동생들에게 우리가 세배돈을 준다.
가장 크~은 형부인 우리 신랑이...
무지 아까워하면서.

점심까정 먹고 저녁은 시댁에서 먹기위해 길을 나섰다.
아침에 올때 사정과는 달리 길에는 차들이 많았다.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올림픽대로에서 잠시 졸고 있을 즈음...
"쿵"
이게 무슨 일인가.

배불러서 불편하다고 안전밸트도 안 메고 있었는데
큰일날뻔 했다.

꽉 막혀 있다가 순간적으로 차들이 움직일 때 옆차선으로 가려다
앞차가 아직 움직이지 않은 것을 보지 못하고
앞차의 왼쪽후미를 우리차 오른쪽으로 받은 것이다.

앞차의 아저씨는 후딱 뛰어내리더니 주도면밀하게도
사진기로 사고현장을 이각도 저각도 에서 찍어댔다.
배경으로 색시도 찍힌듯 하다.
펜과 종이를 꺼내더니 차번호도 적고 신랑의 신상명세를 물어댔다.

10년무사고를 바라보고 있다는(자칭) 신랑은 멍하니...
사진기도 없고 펜도 없고
임신한 색시만 걱정하며 안절부절
이런일을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기에...

처음엔 흥분하던 저쪽 아저씨도
착하디 착하게 생긴 신랑을 보더니 안심을 했던지
그냥 보험회사에 사고접수하랬다.

속도가 없는 상태에서 부딪힌 것이라
두차의 범퍼만 손상된것일 뿐이었지만
새해 설날부터 좋지 않은 일이라니...

신랑회사서 보너스 많이 받았다고
시댁과 친정하며 인심 듬뿍듬뿍 쓰고 좋아했더니...

액땜이라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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