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살린 넥타이

마지막연휴날
신랑에게는 하루가 더 있었지만 색시에게는 마지막
뭘 하고 보내면 좋을까 하다가 가까운 L쇼핑센터에 가서 쇼핑하고 영화도 보기로 했다.

점심 먹고 주차하고 영화관으로 가니
우리가 보려했던 영화가 방금 시작한 후였다.
매표소직원이 5분이 지났는데 들어가겠느냐고 물었다.
색시의 대답은 NO
영화 값이 얼마인데 잘라먹고 봐?
그래서 2시간 10분 후에 시작하는 4시 20분 표를 끊었다.

2시간 10분 동안 우리가 뭐했을까?
연휴기간동안 힘들었던지 가는 데마다 의자만 있으면 앉아서
10분만 10분만
쇼핑도 시큰둥~ 사고자 했던 물건도 기억이 안 나고
아까 5분 잘려도 볼걸 후회도 해보다가

영화시간이 다 돼 장장 2시간 20분을 하는 영화를 다 보고 나와
불현듯 생각난 것이
앗 주차료

주차한지 5시간이 흐른 것을 걱정하며 거의 뛰다시피
쇼핑센터에서 우편물로 나눠주는 무료주차권은 최대 3시간이래고
나머지 2시간의 요금을 물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그때 번뜩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으니
넥타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동생의 생일이 다음주인데
형수된 도리로 싸구려 넥타이 하나쯤은 사줘야지.
왜냐? 나도 작년에 받았으니깐.

원래 우리부부는 우리 물건 고르면 근처에 있는 유사가게들을 다 둘러보고
이것저것 재고 여의치 않으면 며칠을 두고 고민을 하곤 하는데
이렇게 빨리 물건을 사보기는 처음인 것 같았다.
첫 번째 집에서 점원이 권해주는 바로 그 넥타이로

계산을 하고 아까 산 우유랑 빵 영수증과 신랑 속옷영수증을 합산해보고
됐다 이제 집에 갈 수 있다.
무지 기뻐하며 최대한 빨리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사소한 것에 이렇게 기뻐할 수 있다니.

도련님 죄송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