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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Space../오래된 신혼일기

행복했던 순간 + 배신감

이럴 때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하는 게 아닐까?

라마즈교실에서 라마즈의 세가지 방법중 연상법을 연습하기 위해
산모가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두가지씩 마련해오라고 과제를 내줬었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라...
얼른 떠오르지 않는 것이 꼭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던 것처럼...
일주일내내 고민을 해봐도 자신있게 그 때가 너무너무 행복했다 뭐 그런 순간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너무 고생만 하고 살았나? ㅎㅎ

신랑이 말했다. 자기 여행갈 때 제일 좋아하잖어.
그래 맞어. 색시는 간단한 짐을 싸들고 신랑이 운전하는 차 옆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메고 뻥 뚫린 차도를 달릴 때가 아주 행복하다. 여행을 떠나는 그 순간만...
좋아 한가지는 됐고.

사실 신랑한텐 얘기 안했지만 며칠전부터 생각난 것이 하나 있는데...
기억으론 97년의 마지막날 전화를 받자마자 그 때 당시 유행했던 가요의 가사중
"사랑해"라는 단어가 들어간 소절만 20여곡 연달아 흘러나왔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높은음이거나 낮은음이거나 가리지 않고 사랑한다는 소절만
스무번 정도 연달아 들었을 때 내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던 순간...
그 때가 많이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어젯밤 잠자리에서 신랑이 또 한가지 생각했냐고 묻기에 말해줬더니...
돌아오는 대답왈
내가 그런짓도 했어?
그거 아마 삐삐 쓸 때 통신에서 떠도는 거 다운받아서 네 삐삐에 녹음한 걸껄...
하고선 휙 돌아누워 버리는 것이다.

윽~
색시는 그래도 서른살이 되도록 살면서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해 낸 건데 이럴수가...
심한 배신감!
그 때 당시 음악에 남다른 취미를 갖고 있었던 신랑이 직접 녹음한 것 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럴꺼라고 나혼자 단정짓고 녹음하느라 힘들었을텐데... 하며 무지 좋아했었는데...
통신에서 다운받은 거라니... 크~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

손해야 손해야. 자긴 기억도 못하는걸 난 좋은 기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자체가 손해야.
안해 이거 안해. 딴거 할꺼야.

그제서야 상황파악이 되었는지... 아냐 아냐 나도 기억나.
그걸루 해. 그거 좋아. 근데 그게 그렇게 좋았어? 또 해줄까? 이번엔 핸드폰에다 해줄게.

안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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