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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Space../오래된 신혼일기

벌레와의 전쟁

우리집은 이제 막 조합설립이다 뭐다 해서 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그야말로 20년이 훨씬 넘은 오래된 아파트다.

우린 전세니깐 재개발과 상관이 없고 교통 편한 거 하나보고 살고 있지만
오래된 아파트라서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겨울에 무지 춥고 여름에 무지 덥다는거
바람이 불면 몹시 덜컹거린다는 거
욕실에 타일이 여기저기 깨져 있다는거
현관문이 부실해 바람이 솔솔 들어온다는거 등등
그 중에서도 이것만은 참을 수가 없다.
다름아닌 바퀴벌레.

어제저녁 퇴근후 친구들과의 저녁만찬을 마치고
막 기분좋게 현관문을 들어서서 불을 탁 켰는데...
현관에서 마주보이는 씽크대서 휘리릭~ 휘리릭~
사방팔방으로 숨어 들어가는 벌레의 모습이라니...윽~

겨울동안은 추워서인지 그림자도 보이지 않던 벌레들이
어쩜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을 자기네 바퀴벌레의 날이었던 양
며칠 전부터 하나둘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아침 모교로 리쿠르트 나간다고
색시와 같은 시간에 출근하게 된 신랑과 아침밥을 지어먹고
그 바쁜 아침시간에 설거지까지 후다닥 해치우고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를 밖으로 내다버리기까지 하자
신랑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그래? 왜 안하던 짓을?
언제 아침밥 먹고 설거지 했다구? 담궈두고 화장이나 해.

아냐 아냐 어제 벌레들이 장난이 아니었어.
다음달에 태어나는 아가를 위해서 벌레와의 전쟁을 선포하겠어.
우리집에 먹을게 없다는 걸 알려 줘야해

그래? 아가를 위해서?
그래 그럼 이거라도...
하며 어디선가 붙이는 바퀴벌레약을 꺼내더니 씽크대 구석구석에 붙였다.

출근시간이 10분 가량 늦어져서 서둘러 나왔지만
버스를 타고 의자에 앉아 생각해보니

아침7시에 바퀴벌레와의 전쟁이라니...
참, 아가는 이 사실을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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