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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Space../오래된 신혼일기

일기장을 닫으며

결혼을 하겠다고 살림살이 사러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배는 남산만해지고 하루에 한번씩 아기침대를 쓰다듬으며
다음달에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있는 요즘
과연 이 아기를 내가 잘 키울 수 있을지...

지난주에 시어머니생신과 시아버지생신을 나흘간격으로 치뤄냈다.
평일이었던 시어머니 생신엔 시댁에 가서 어머니 음식장만 하시는데
거드는 걸로 그쳤지만
주말이었던 시아버지 생신은 우리집에서 내손으로 차려드렸다.

내심 예정일이 한달밖에 안 남은 며느리한테 꼭 생신상을 받으셔야만 하나
원망도 있었지만
지나고 나니 별일도 아닌데 왜 이제서야 시부모님께
내 손으로 저녁상을 차려드리게 되었나 생각도 든다.
(주말이 다가오는 것을 무~지 걱정하던 내가 할 소린가...)

토욜날 생신상 차릴 때 신랑이 많이 도와줬다.
아니 반은 신랑이 한 셈이다.
일부러 출근도 안하고 아침부터 청소며 집안정리며
장봐오고 재료 손질하고 상차리는 것 까지...
아마 신랑이 옆에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부부의 나이 삼십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다음달이면 식구도 늘테고 책임은 더욱 무거워진다.
잘 할 수 있으려나...

하이홈에 신혼일기 쓰는 거.
두달을 계획하고 시작한 일인데 세달째가 되어가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더욱 재밌고 즐겁게 일기를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인간이란게 원래 게으른 것이라 초심을 되찾기란 힘들다.
자꾸 시간을 끌면서 찾아오는 이들에게 실망을 주느니
이쯤에서 끝맺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이 일기를 쓰면서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넘어왔고
이 일기를 쓰면서 뱃속 아가와 태담을 나누었다.
나에게 평생 기억될 추억일 것 같다.

여러분도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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